넛지(Nudge) : 넛지 뜻

박범준2 2019. 12. 1. 17:37
반응형

교수님의 추천으로 '넛지'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넛지는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시카고대학교 리처드 탈러 교수가 쓴 책입니다.

리처드 탈러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소재로 한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 2015)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포스팅을 하려고 이것저것 찾아보던 차에 구글 트렌드에 넛지를 검색해봤는데, 불과 2주 전에 넛지에 대한 트렌드가 급격히 상승했네요.

구글 트렌드 : 검색어 넛지

이유가 뭘까 궁금하여, 해당 기간 (11월17~23일) 동안 넛지에 대해 게시글을 검색해봤습니다.

'tvN 책 읽어드립니다' 라는 프로그램에서 넛지가 소개되었네요. 그래서 검색량이 증가한 것 같습니다.

구글 검색 넛지

 

책읽어드립니다 설민석 넛지

넛지(Nudge) : 옆구리를 슬쩍 찌르기

넛지의 사전적인 뜻은 '주의를 끌기 위해 팔꿈치로 슬쩍 옆구리를 찌르다'입니다. 보다 자세히 책에서 넛지가 의미하는 바는 '많은 사람들이 보다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보다 나은 결정을 도울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강제성 없이 추천해주는 행위'입니다.

 

넛지의 대표적인 예시로 남자 화장실 소변기 중앙부에 있는 파리 그림¹이 있습니다. 파리 그림이 없는 일반적인 소변기에서 볼일을 볼 때는 딱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지만, 파리 그림이 있는 소변기에서는 파리 모양에 집중하여 변기 가운데를 향해 볼일을 보게 됩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공항의 남자화장실에서 처음 시도된 파리 아이디어로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을 80%나 감소시켜 청소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효과적으로 감소시켰다고 합니다. 

 

넛지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에 근거합니다. 비교적 유연하며 비강제적인 개입주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원하는 바를 행할 수 있으며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바람직하지 않은 대안은 버릴 수 있어야한다. ... 사람들이 더 오랫동안 더 건강하고 더 나은 삶을 살게 만들기 위해 선택 설계자가 그들의 행동 방식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합당하다.(넛지, 20p)

정책을 설계하는 공공부문의 담당자 그리고 유무형의 상품(재화, 구조물 및 서비스 등을 포함)을 기획하는 담당자 등을 선택설계자라고 합니다. 이러한 선택 설계자들 특히 공공부문의 선택 설계자들이 무언가를 설계할 때, 사람들이 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강제성 없이 개입하는 것이 '넛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사람들의 선택에 개입을 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주류 경제학에서 전제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은 합리적이고, 자신에게 최대한 이익이 돌아오는 선택을 한다.'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언제나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선택할 수 없습니다. 투자할 주식을 고를 때 기업의 재무상태표,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 업계 평균 등에 대하여 알아보지 않고, 지인의 추천만을 믿고 큰돈을 투자하는 행위 등이 그 예입니다. 

 

사람들은 체계적으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합니다. 이것은 사람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심리학적, 뇌과학적, 생물학적 이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 중 한 가지는 자동 시스템(Automatic System)과 숙고 시스템(Reflective System)이라고 불리는 '두 가지 인식체계'로 인한 것입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대니얼 카너먼, 2011)등 심리학 관련 서적에서는 시스템1, 시스템2라고 소개되기도 합니다.)  

 

자동 시스템은 신속하고 무의식적으로 작용합니다. 야구공이 갑자기 날아올 때 반사적으로 피하는 것, 불쾌한 것을 보고 표정을 찌푸리는 행위 등은 자동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숙고 시스템은 보다 신중하고 의식적으로 활성화됩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 여행 코스를 선택할 때 등 사고를 하는 행위입니다. 자동 시스템은 수많은 반복을 통해서 훈련할 수 있는데, 충분한 훈련이 없는 자동 시스템은 종종 실수를 유발하거나,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숙고 시스템이 필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인지하지 못한 채 자동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합리적인 결정을 합니다. (메타생각(2014)의 저자 임영익도 이를 경계하여, 자신의 생각이 자동시스템에 의한 것인지, 숙고 시스템에 의한 것인지, '생각 자체를 점검하는 생각'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자동 시스템(시스템1) 숙고 시스템(시스템2)
무의식적 의식적
노력이 필요 없다 노력이 필요하다
신속하다 느리다
직관 사고

 

비합리적인 선택의 또 다른 한 가지 이유는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입니다. 같은 사실을 제시할 때, 제시하는 방식에 따라 다른 생각의 관점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당신이 심각한 병을 진단받고 의사와 상담을 하고 있다고 상상해봅시다. 이 때 의사가 어려운 수술을 권합니다. 그리고 수술에 대한 설명을 합니다. "이 수술을 받은 사람 100명 중 90명이 5년 후에도 살아 있었습니다." 와 "이 수술을 받은 사람 100명 중 10명이 5년 이내에 죽었습니다." 100명 중 10명이 죽었다는 설명을 받을 때보다 90명이 살아있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 수술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10명이 죽었다는 설명에는 죽음에 초점을 맞추지만, 90명이 살았다는 설명에는 생존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여러가지 이유로 사람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만큼만 합리적입니다. 그렇기에 보통 사람들보다 해당 분야에 대하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선택 설계자들이 공익 증진을 목표로 넛지 통해 사람들의 선택에 개입한다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탈러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입을 옹호하는 탈러의 주장에 반박하는 의견 또한 존재합니다.

 

"정부는 중립을 지켜야하며, 공공부문에서 선택 설계자들에 의한 개입을 허용하게 된다면 점차 그 개입의 정도가 심해질 것이다."가 그 의견들 중 하나입니다. 아주 중요하고 타당한 의견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탈러의 주장에 공감합니다. 

 

먼저 '정부는 중립을 지켜야한다' 라는 내용에, '본질적으로 정부의 중립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합니다. 탈러는 투표용지라는 예시를 듭니다. 투표용지에는 후보들이 순서에 따라 나열됩니다. 그리고 가장 앞 자리에 위치한 후보자에게 모종의 이점이 생긴다고 알려져있습니다.(코펠과 스틴, 2004) 단순하게 후보들이 제시되는 순서를 무작위로 한다고 하였을 때, 이를 중립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후보자가 제시되는 순서에 따라 이점이 생기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를 해야하는게 맞습니다. 

 

다음으로 '개입이 허용된다면, 점차 그 개입의 정도가 심해질 것이다.'라는 내용에, '공공부문의 정책 등 모든 설계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어떠한 식으로든 사람에게 영향을 주며 개입이 이루어진다.'라는 대답을 합니다. 그렇기에 개입 자체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특정 설계가 공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설계되도록 제도를 갖추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책에서 탈러의 의견과 그것을 반대하는 의견에 대해서 보다 상세한 내용이 다뤄졌고, 바로 위에 작성한 내용은 그 내용 중 아주 일부입니다.탈러에 반대하는 의견 중 민간 기업에서 넛지를 공익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마케팅 도서를 검색하면 넛지를 추천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탈러의 노벨상 선정이유는 "경제적 의사결정의 분석에 현실적인 심리학적 가정을 도입한 것"이라고 노벨상 위원회는 밝힙니다. 보다 현실적으로 인간을 고려한 경제학이라고 평가받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학문적 경향은 '행동경제학'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기존의 주류 경제학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을 전제로 한다면, 행동경제학은 경제주체들의 비합리성이 일시적인 예외가 아니라 지속적이라고 전제합니다. 기존의 경제학을 지탱하던 관점에 의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다만, 행동 경제학이 기존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는 것은 맞지만, 주류 경제학 자체를 대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사람들이 항상 합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항상 비합리적이라고 보는 것도 정확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알고 있는 만큼 합리적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도, 최근에 읽은 책들이 대부분 인간은 비합리적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거기에 영향을 많이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생각 자체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해주었고,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해보게끔 한다는 점에서 넛지는 유용했습니다.(넛지를 읽은 후부터, 예전에는 무심코 넘어가던 광고 등 마케팅 영역에 좀 더 민감해졌네요.)  

 

 

넛지

넛지(리더스북)  리처드 탈러&캐스 선스타인 안진환 옮김

¹ 책에서 파리 그림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한 사람은 네덜란드 경제학자 '아드 키붐(And Kieboom)'이라고 나와있는데, 아드 키붐은 당시 스키폴 공항의 확장 공사를 감독하고 있었고, 청소 담당 매니저 '요스 반 베다프(Jos van Bedaf)가 제시한 파리 아이디어를 도입한 것이라고 합니다. ( 네덜란드 디자인 잡지 웍스댓워크 : https://worksthatwork.com/1/urinal-fly)

 

함께 읽으면 좋은 내용

 

넛지가 두 가지 인식체계를 공적인 영역에 접목했다면, 설득의 심리학은 사적인 영역에 접목한 책입니다.

 

설득의 심리학 : 마케팅 도서 추천에 빠지지 않는 책

설득의 심리학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 원서 - Influence: Science and Practice 평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보를 접했을 때 나타나는 두 가지 유형의 반응이 있다. 첫 번째는 의사결정과 관련..

95pbj.tistory.com

 

 

반응형